PAST


이혜승: 머무는 듯 흐르는

Hyesung Lee: Still in Flux

3/15-4/20/2024


오에이오에이는 이혜승 작가가 오랜 기간의 침묵을 깨고 열었던 2022년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그간의 작업 여정과 탐구의 결과물을 모아 두번째 개인전 <머무는 듯 흐르는>을 개최한다. 지난 전시에서는 작가가 끊임없이 탐구해온, 실내외를 아우르는 풍경 작품들을 선보였다. 누구나 한 번쯤 보거나 경험했을 듯한 캔버스 속 풍경과 대상들은 그 존재감을 우리에게 드러내기보다, 마치 무대의 배경처럼 빈 ‘공간'이 되어 각 개인의 내러티브와 심상을 채울 수 있도록 그 가운데 자리를 내어주었다. 


이번 전시에서 이혜승은 삶의 근원으로서의 ‘산’의 모습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오래전부터 작가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수평선이나 드넓은 평원, 거대한 산의 풍광 등을 꾸준히 화면에 담아왔다. 서양 문화에서는 이러한 장엄한 자연을 인간과 구분된, 경외나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보아왔지만, 작가는 동양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본질 즉,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주 간의 조화에 집중한다.


장대한 산맥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힘을 가지지만, 그 앞에 선 우리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실상 산은 빗물이 모여 시냇물과 강을 만드는 수원지이고, 광물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시작점이자 그 안에 쉬지 않고 생명을 품어내는 삶의 근원지이다. 오랜 시간 변함없이 머물러 있는 부동의 존재 같아 보여도 그 안에서는 바위가 깎이고 흙이 쌓이며, 온갖 생명이 생겨나고 소멸하기를 반복하는 생생한 변화의 현장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처럼 근원적인 존재로서 산을 바라보고, 이를 통해 눈앞의 것들에 매몰된 눈과 마음을 씻어내며, 미미한 것들부터 대자연까지 세상을 이루는 모든 존재들이 유기적으로 순환하며 연결되어 있음을 전달하려 한다.


근원으로서의 산을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은 시각적 표현에 대한 탐구로도 이어진다. 서양화의 회화기법과 기성물감의 사용에서 표현의 한계를 느낀 작가는, 색의 바탕이 되는 광물과 안료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며 그가 바라보는 산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산을 구성하는 흙과 돌, 물이 안료가 되고 색이 되어 캔버스 위에 또 다른 산을 만들어내는 것은 근원적 순환과 연결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며, 나와 타인, 그리고 자연과 환경 등 모든 것이 서로 다르지 않고 조화롭게 함께한다는 생각과 일치한다.  


이혜승이 화면에 담아낸 만년설이 덮인 산자락과 협곡, 산등성이와 바위에 둘러싸여 있노라면, 우리는 눈 앞의 어지러운 현실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시선으로 산 너머의 어딘가를 보게 된다. 그곳에서 더 높고 넓은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내면의 목소리를 좇아가는 여정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About Artist

이혜승(b.1977)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이후 프랑스 에꼴데보자르에서 수학하며 자유로운 작가적 시도와 경험의 폭을 넓혀왔다. 오랜 기간 꾸준히 개인 작업에만 매진하다, 2022년 개인전 <눈 감고 간다>로 활동을 재개했으며 2023년 개인전 <Inside Out>을 거쳐 자신의 예술적 태도를 지속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더해 갈 다양한 경로들을 탐색하고 있다. (@lalune7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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